사랑이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른 정의를 가지고 있겠지만, 대부분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축복 중 하나라고 생각할 텐데요.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에바 일루즈는 사랑을 감정이 아닌 사회문화적 현상 혹은 정지척 현상이라고 정의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나타나는 노동자 계급의 연애 방식, 외모와 섹슈얼리티가 중요해진 틴더의 등장까지 사회 흐름 속에서의 사랑을 분석하고 있답니다.
EBS 다큐멘터리 위대한 수업 정리에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총 7강의 수업을 볼 수 있습니다.
- 에바 일루즈 - 사랑의 사회학 1강 사랑은 변한다 (링크)
- 에바 일루즈 - 사랑의 사회학 2강 로맨스 자본주의 (링크)
- 에바 일루즈 - 사랑의 사회학 3강 데이트의 탄생 (링크)
- 에바 일루즈 - 사랑의 사회학 4강 짝을 고르는 특별한 방법 (링크)
- 에바 일루즈 - 사랑의 사회학 5강 섹슈얼리티 리포트 (링크)
- 에바 일루즈 - 사랑의 사회학 6강 사랑은 왜 끝나나 (링크)
- 에바 일루즈 - 사랑의 사회학 7강 해피엔딩을 위한 조언 (링크)
EBS 다큐멘터리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는 정치, 역사, 젠더, 생물, 과학, 의학, 경제, IT,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거장들이 흥미롭고 다양한 주제로 진행하는 강의다. 세계 최고의 석학들이 직접 준비한 강연을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직접 선보인다. 시대를 선도하는 빼어난 통찰과 함께 한국 사회에 던지는 애정 어린 조언도 볼 수 있다. 2021년 8월 30일부터 EBS1과 EBS2에서 주당 5편씩 총 4회 방송된 프로그램으로, 평일 오후 11시 35분부터 EBS1에서, 평일 오후 10시부터 EBS2에서 볼 수 있다. 방영된 강의는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에서 다시보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그중에서도 에바 일루즈의 '사랑의 사회학'은 특히 눈길을 끈다. 도대체 사랑이 뭔가요? 싶어 답답한 분들이 있었다면 추천한다. <사랑은 왜 끝나나>, <사랑은 왜 불안한가>, <사랑은 왜 아픈가>, <감정 자본주의>라는 에바 일루즈의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에바 일루즈는 사랑이라는 감정이라는 사적 영역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내 낱낱이 분석한다. EBS 위대한 수업 에바일루즈 편은 총 7강으로 이뤄졌는데 다 볼 자신은 없어서, EBS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모음집을 살펴봤다.
모음집을 보고 다음과 같은 5개 목차로 분류해 정리해봤다.
1. 사랑은 감정이 아니다. 사회문화적인 현상이다.
2. 사랑, 데이트, 결혼을 같은 것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3. 틴더의 등장은 낭만적 관계에 분열을 만들었다.
4. 불확실성이 늘어나는 관계가 늘어나고 있다.
5. 페미니즘과 사랑 사이에는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 우리는 사랑을 마음의 문제로 보며 심리학자만이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에바일루즈가 보는 사랑은 사회문화적인 현상이다.
1974년 이뤄진 심리학자 도널드 더튼과 아서 아론의 실험. 남성들을 2개 그룹으로 나눠 다리를 건너게 한다.
A 그룹 : 한 다리는 건너기 무서운 흔들다리로 폭이 아주 좁고 높이 있다
B 그룹 : 한 다리는 견고하고 매우 안전하다
건너편에는 매력적인 여성이 기다리고 있다. 두 그룹 중 A 그룹이 여성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을 두고, 에바 일루즈는 흔들다리가 A 그룹 사람들을 각성 상태에 빠뜨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매력적인 사람을 보면 각성이 그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종종 사랑을 마음의 문제로 보며 심리학자만이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가 바라본 사랑은 사회문화적인 현상이다.
2. 사랑, 데이트, 결혼을 같은 것으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20세기까지만 해도 결혼은 경제적인 문제였다. 지위나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결혼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경제적인 수단으로 여겨진 것. 당시에는 공정한 거래와도 같았다. 이러한 이유로 낭만적 사랑은 전통을 거스르는 존재로 여겨졌다. 사회적 재생산과 경제적 전략이라는 결혼에 대항하는 존재로. 역사학자 시오도어 젤딘은 이를 두고 “이런 배경에서 사랑은 부모의 권위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이자 반항이었고 모든 곳에서 재앙의 불씨다.”라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사랑을 해방시킨 건 자본주의였다. 경제와 결합돼있던 결혼을 구제해 사랑과 결혼을 결합시킨 것이다.
자본주의 덕분에 결혼으로 생긴 이익에 의지하지 않게 됐다. 사람들은 개방된 시장으로 들어가, 결혼이 아닌 능력이나 기술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낭만적 사랑은 자본주의 아래에서 환영 받았다.
그런데 나아가 낭만적 사랑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했다. 사생활, 개인주의, 가족에 대한 새로운 개념, 핵가족 등을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과거에는 남성이 여성의 집에 방문해 구애하는 '콜링'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1930년대에 이르러 데이트 문화가 확산됐다. 데이트란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외출해 함께 여가를 보내고, 둘만의 친밀하고 고립된 상황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이런 변화는 자동차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1920년대보다 1930년대의 자동차 사용량이 3배 늘었다. 자동차는 사생활을 추구하는 공간이며 중산층의 구애 장소였던 집을 대체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댄스홀도 생겨났다. 댄스홀은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기 적절한 공간이었다. 과거보다 훨씬 더 유혹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러한 데이트 문화의 탄생은 여가 활동에 참여하려는 모든 사회 계층의 욕구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부모의 통제와 종교 윤리 의식이 약해지는 것 등 문화적 변동도 영향을 미쳤다. 영화관, 댄스홀, 놀이공원 같은 오락 시설을 이용하면서 사람들은 사생활을 지키며 친밀감을 나눌 수 있었다. 이렇게 로맨스가 특정한 통제에서 벗어나면서, 돈은 다양한 소비 행위를 통해 로맨스와 시장을 연결시켰다. 돈이 로맨스 관계를 재정의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로맨스는 여가 영역의 소비를 돕고, 이는 공동체로부터 분리를 재촉하며 에로티시즘과 즐거움을 추구하도록 돕는다.
3. 틴더와 섹슈얼리티, 낭만적 관계에 생긴 분열
테크노 이모디티라고 부른다. 감정을 제공하는 기술을 뜻한다. 대표적인 예가 틴더. 일반적인 로맨스 관행, 만남의 구조에 분열을 가져왔다. 그 핵심은 빠르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평판도, 성품도 아닌 짝 선택에 가장 중요한 건 외모다. 데이팅 앱의 가장 현저한 특징은 시각성이다.
과거 대면을 통한 상호작용도 시각적이긴 했지만, 온라인 상의 시각성은 대면할 때와 다르다. 온라인 시각성은 사진이 중개의 역할을 하기 때문. 사람들은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골라 다른 이들에게 공개하는데, 대면상황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매우 세심하게 가공되고 포토샵 처리된 이미지를 소셜 미디어에 올린다. 결국 고정된 자아 이미지와 상호작용하게 되는 것. 이것은 성적 자아가 중요해졌다는 이야기기도 한다. 성적 매력을 더 보여줘야 함. 자아가 새롭게 정의된 셈이다.
관능성(Sensuality)의 자리를 섹슈얼리티(Sexuality)가 대체했다. 섹스가 성별이나 성행위를 뜻한다면 섹슈얼리티는 성적인 것 전체를 말한다. 성적 요국, 성적 행동, 성에 대한 태도나 감정, 가치관 등을 포함한다. “어떻게 성이 우리에게 이토록 중요한 것이라 믿게 된 걸까?” 우리에게 섹슈얼리티란 자유의 가치이자 실현이다. 현대인에게 자유는 매우 중요한데, 섹슈얼리티가 개개인의 자유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섹슈얼리티는 자유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영역에서 제도화된다. 현대에서 자유는 법률, 소비문화, 정치, 시장에서 제도화돼있는데 자유는 우리 사회를 채우는 중심 생각, 제도화를 넘어 진화하며 그 형태와 의미도 변한다. 예를 들어 여성과 동성애자가 자유를 위해 싸우는 건 가부장제에 대항하는 건 음란 사이트의 라이브 섹스에 참여할 자유와는 매우 다르다. 음란 사이트의 섹스에는 정치나 윤리적인 의미가 없기 때문.
4. 불확실성이 늘어나는 관계
의사와 환자, 선생님과 학생,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목적과 정의가 명확하다. 목적과 정의가 알려지지 않은 관계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성적, 낭만적 관계에서 불확실성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를 ‘부정적 관계’라고 부른다. 부정적이란 말은 비난받을 만한 관계라거나 유해, 유독하다는 뜻은 아니다. 내 의도가 무엇인지 나도 모르게 되는 관계를 말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무언가를 갈망하는 관계를 말한다.
규범이 모호한 관계에서는 규칙이 없기에 잘못에 대한 처벌도 명확하지 않다. 성관계를 가져도 연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앞으로 계속 유지될 관계인지, 상대의 감정도 알 수 없으며 이를 물어봐도 되는지도 모른다. 내가 침투해도 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것은 불안함을 야기한다. 작고 사소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근본적인 질문이다. 관계의 내용, 목적, 규칙, 언제 어떻게 말할지가 모두 불분명하다. 이런 불확실성은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5. 페미니즘과 사랑의 상관관계
페미니즘은 이런 의미에서 불확실성이 없는 사랑을 가능하게 한다. 사랑은 가장 위대한 윤리적,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다.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게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 모든 인간은 잘 살기 위해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한다. 사랑은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에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사랑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적절하게 거듭난 사랑은 핵심 자원이 될 수 있다. 좋은 시민과 정치 제도를 만드는 자원이 될 수 있다.
시몬 드 보부아르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해지려면 여성이 남성의 세계에 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동등함을 느낄 대 사디즘과 마조히즘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승리와 패배라는 사고방식을 버릴 때 사랑은 상호 취약성을 인정하고 요구하며 마침내 자아가 교환될 수 있다. 사랑의 더 완전한 인간의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사랑은 심오한 사회, 경제, 정치적 의미를 담는, 우리 존재와 우리 사회의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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